파도 - 시와 단상

 


오늘도 해안가 절벽에 끊임없이 부딪혀

구멍을 내놓는 저 파도는

수많은 문명에 구멍을 내놓았던 기억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작은 모래알로 남을 때까지 쉬지 않는

저 쉼 없고 시간보다도 더 단조로운 운동은

권태보다도 무섭고 눈물겹구나    

 

해안가 조개 줍는 아이의 추억도

해변에 남겨진 연인들의 발자국도

모래 알갱이들로 부서진 문명으로

다시 모래성을 쌓는 아이들의 웃음도 

    

파도는 오늘의 전리품으로

저녁나절 붉은 석양의 황금 보따리에 담아

바다로 가져가는구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문명과 이야기

너와 나와의 그 짧은 해안가의 사랑도

파도의 전리품으로 영원히

바닷가 한 알 모래알로 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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