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지혜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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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오병이어(五餠二魚)라는 말이 나온다. 예수가 다섯 개의 떡과 두 마리의 물고기로 5천 명을 먹였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물론 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성경은 상징적이며, 함축적이다. 오병이어는 촛불의 나눔과 같이 아무리 주어도 줄지 않는 것을 상징한다. 이것이 지혜가 아닐까 한다.
지혜는 줄지 않고도 모두를 배부르게 하는 아름다운 영적 양식이며, 재산이다.
우리는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그런데 행복이란 것은 사람에 따라 다른 가치를 가진다. 돈이 많은 것이 행복일 수 있고, 명예가 행복일 수 있으며, 인류에 대한 봉사가 행복일 수도 있다. 이러한 행복에 대한 다양한 가치는 개개인이 가진 다양한 사고에 의한 것이다. 왜 행복에의 길은 사람마다 다른가. 자신이 가진 지혜에 따라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혜의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행복은 자신의 마음에 달린 것이다. 스스로가 만족하면 행복이고 불만족이면 불행인 것이다. 스스로가 만족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각자가 가진 지혜에 의해서 달라진다. 그래서 지혜를 사랑하는 것은 철학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모두의 행복에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교 활동을 하는 사람,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 문학책을 읽는 사람, 인도의 요가 수행자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혜를 찾고 있다.
자신의 삶에 반석으로 삼을 만한 지혜를 얻은 사람은 스스로를 깨달았다고 말하기도 하고 부처처럼 해탈했다고 하기도 하고 세상의 풍파 따위는 걱정거리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집을 지을 때 그 집이 오래가고 튼튼하려면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사막에 집을 지어도 기초만 튼튼하다면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흔히 초석을 놓는다고 말하는데, 지혜가 우리 삶의 초석이며, 반석이며, 주춧돌이다.
특히 청소년기에 자신만의 지혜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청소년들이 주춧돌도 놓지 않고 집을 짓겠다고 사막에 부지런히 돌을 쌓아 올리고 있다. 처음에는 잘 쌓아갈지도 모르지만 높아질수록 불안과 걱정은 커져만 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불안과 걱정을 안고 사는 것이다.
지혜를 바닥에 깔고 집을 짓는 사람들은 불안과 걱정 없이 어떠한 집도 지을 수 있다. 태풍이 와서 집을 날려버린다고 해도 걱정할 것이 없다. 반석은 그대로 깔려있으므로.
다음은 ‘법구경’에 나오는 말이다.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반석은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어진 사람은 뜻이 굳세어 비방과 칭찬에 움직이지 않는다.”
<사토 잇사이 저, 노만수 역, 《언지록》, 알렙, 2017.>
집을 짓기 전에 단단한 반석(지혜)을 바닥에 깔아라. 여러분의 집은 어떠한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그 지혜가 흔들림 없이 곧게 집을 지어 올릴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줄 것이다.
기초나 반석 없이 집을 짓는다면 큰 집을 지을수록 위태롭고 불안할 것이며, 벌어들이는 돈은 삶의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될 것이며, 내 시간을 내가 지배하지 못하고 시간의 지배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방향 없이 흘러가는 배와 같고, 표적 없이 쏘아진 화살과 같다.
지혜란 캄캄한 밤 바다에 항해자들의 방향키를 잡아주는 북극성과도 같다.
여러분의 인생. 불안에서 떠난 평온한 삶을 원한다면 튼튼한 반석을 마련하라.
그것이 행복의 기반이다.
우리의 경험은 한계가 있고, 우리 각자의 지혜도 그러하다.
하지만 예수의 오병이어(五餠二魚)처럼 지혜는 나누면 나눌수록 풍성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재물을 나누면 적어지기 때문에 잘 나누려 하지 않지만, 지혜를 아낄 필요는 없다.
가장 빛나는 지혜는 오래 묵은 것이다. 흔히 말하는 고전이란 것이다. 왜 오래된 것이 가장 빛나는 것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몇 천 년 동안 전해 내려왔다는 것은, 누군가에 의해 세대가 바뀌어도 계속 필사되어 왔다는 것이다.
왜 그랬겠는가. 적어 두고 다시 볼 만한 가치가 있다거나, 나 혼자 보기 아까워 자식들에게나 이웃들, 멀리는 후손들에게 지혜를 나누어 주기 위한 마음일 것이다.
인류가 문명을 가진 이래로 그 오랜 동안 보존되어 내려온 인문학 고전들은 인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변함없는 가치의 보고(寶庫)이다.
많은 재미와 지혜를 품고 있는 고전들은 인간이 필연적으로 마주쳐야 할 변화와 고통의 숙명을 의연히 대처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여기에 인류의 미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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