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 시와 단상

 

어릴 적 추억을 비밀스럽게 간직한 곳

모든 것이 예전 그대로 남아

쓸쓸한 황혼 빛에 덮인 옛날을 추억하게 하는 곳

늘 서가에 희망과 설렘이 꽂혀 있었던

혼자 가도 외롭지 않았던

아직 남아 있어 주어 고마운 그곳

책방 문 위에 걸린 풍경 소리가 산속 적막 같던 

모든 낡은 것들의 쓸쓸함을 거두어 내던 곳 

집 잃은 아이들이 입양을 기다리듯

청춘을 다 보낸 노인들이 이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빛바랜 얼굴로 헝클어진 머리칼들 늘어뜨린 곳

책방 주인은 언제나 꼿꼿하게 앉아서 돋보기안경 너머로 

엄한 눈길을 주곤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갔다

낡은 괴테의 시집 한 권을 발견하여 

고서를 다루듯 조심스럽게 펴 들었을 때 

옛 주인의 따뜻한 온기를 느낀다

여기저기 보이는 첫사랑의 애정 어린 낙서들이 

아직까지 따뜻한 숨을 쉬고 있다

낙엽 향 같은 향기가 갈색 커피 향처럼 달달하게 배어 있는 곳 

유년의 말수 적은 동무처럼 그리운 곳 그곳 

나의 헌책방

몇 권의 책을 사 온 날이면

겨울밤 아랫목에서 

기대와 설렘 속에 낡은 책 표지들을 손바닥으로 쓸어보며

오래된 사랑과 슬픔의 사연들을 꺼내어 읽었다     






오랜 옛날 초등학교 시절 드나들었던 유년의 추억이 있는 곳. 헌책방.

노랫말처럼 "한참 동안을 찾아가지 않은" 유년의 그 공간에 우연히 들렀을 때

간판도 그대로요, 서가도 그대로, 천장에서 길게 늘어진 알전구 하나도 그대로,

책방 주인도 많은 주름살과 흰 머리카락으로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꿈을 꾸듯 서가에 한참을 서서 그 옛날의 냄새를 맡아본다.

책방 노인이 미소 짓는다. 왜 그리 오래 찾아오지 않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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