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사과 - 시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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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아이는 훔친 사과 하나를
남모르게 감추었다
사과의 향과 고운 빛깔에 취한 아이는
바로 먹지 못하고
내일이나 그 언제쯤 그 맛을 맛보리라 생각했었다
어느 날 잊었던 사과를 떠올린 아이는
서랍 모퉁이에서 썩은 사과 하나를 꺼낸다
그 향기롭고 빛나던 사과는 하얀 곰팡이가 덮여
쭈그러진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실망한 아이는 그날 먹었으면 좋았을
그날의 사과 맛을 그려본다
하지만 까닭 없이 불안한 아이
아이는 달콤하고 빛 고운 사과만을 골라
열심히 개미처럼
오늘도 창고만을 채운다
썩어버린 현재를 남몰래 감추고
언젠가 다시 만나길 기대하면서
미래에 대한 믿음은 최소한으로 해 두고, 제 때에 거두어들일 필요가 있다. (carpe diem)
포도주도 잘 익었을 때, 시기적절하게 따서 마셔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아직 제철이 되지 않은 과일을 비싼 값에 산 사람들은 막상 그 계절이 오면 후회하기 마련이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저, 전양범 역, 《그리스철학자열전》, 동서문화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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