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해안가 절벽에 끊임없이 부딪혀 구멍을 내놓는 저 파도는 수많은 문명에 구멍을 내놓았던 기억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작은 모래알로 남을 때까지 쉬지 않는 저 쉼 없고 시간보다도 더 단조로운 운동은 권태보다도 무섭고 눈물겹구나 해안가 조개 줍는 아이의 추억도 해변에 남겨진 연인들의 발자국도 모래 알갱이들로 부서진 문명으로 다시 모래성을 쌓는 아이들의 웃음도 파도는 오늘의 전리품으로 저녁나절 붉은 석양의 황금 보따리에 담아 바다로 가져가는구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문명과 이야기 너와 나와의 그 짧은 해안가의 사랑도 파도의 전리품으로 영원히 바닷가 한 알 모래알로 남겠지 인생무상
강물이 흘러 흘러 바다가 되면 강들은 자신의 이름도 버리고 자신의 소유도 버리고 결국 하나가 된다 자연 안에서 우주 안에서 하나 안에서 바다 안에서 주는 자와 받는 자는 따로 없다 바다는 얼마나 평온한가 그곳에는 다툼도 갈등도 죽음도 자신의 이름도 없다 포말이 되어 파도는 사라져도 바다는 결코 사라지는 일이 없다 우리들 각각의 존재는 얼마나 미약한가 강의 삶은 얼마나 고달픈가 장마 지면 넘치고 가뭄 들면 곧 말라 하루도 근심 걱정 벗을 날 없으니 더해도 덧붙여지지 않고 덜어도 적어지지 않는 그 의연한 바다 우리는 강이 아닌 바다가 되어야 한다 바다는 하나이고 사랑이다 장자는 말한다. “배를 골짜기에 감춰 두고 어살을 못 속에 감춰 두면 든든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밤중에 힘 있는 자가 그것을 짊어지고 달아날 수도 있는 것인데, 어리석은 자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크고 작은 것을 감추어 두는 데에는 적당한 곳이 있겠지만, 그래도 딴 곳에 옮겨질 곳이 있는 것이다. 만약 천하를 천하에 감추어 두면 옮겨질 곳이 있을 수가 없는데, 이것이 영원한 만물의 위대한 실정인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물건이 딴 곳으로 옮겨갈 수 없이 모두가 존재하는 경지에 노니는 것이다.” <장자 지음, 김학주 옮김, 《장자》, 연암서가, 2010.> 다음은 ‘반야심경’에 나오는 말이다. “바다 위 파도에는 시작과 끝, 즉 생과 사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관세음보살...
아이들은 아직 선악과를 따먹지 않았다 좀 더 이른 시기에 따는 아이도 있을 것이고 보고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이도 있을 테지만... 하지만 적당한 때가 오면 부모는 권할 것이다 눈부신 여름 햇살에 눈물겨워 눈을 찡그리고 섰는 아이의 등 뒤에서 달래듯이 부르며 냇가에서 온종일 물고기만 쫓는 아이의 작은 손에 선과 악을 구분하고, 너와 나를 구분하면서 동심을 잃게 되는 때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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