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 시와 단상



살랑대는 나무 가지와 흐느끼는 나뭇잎 사이로 

나는 지나간다     

때로는 파도를 일렁이고 

하늘에 살아 

흩날리는 눈발과 목적지를 같이하기도 하며

가을볕에 반짝이는 우듬지의 나뭇잎들을 

속삭이게도 하는

나는 바람이다     


여름의 숨 막히는 태양과 겨울의 눈보라도 

나의 의지를 흔들지는 못했다  

   

고고한 여인의 단아한 치맛자락도 

함부로 날리고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나는 바람이다    

 

새의 날갯짓에 아파하지 않고

그들의 날개에 스며 방향을 같이하는

나는 바람이다  

   

한 잎 나뭇잎이 떨어질 때도 이리저리 몰아가며

한 줄 생각을 떨구게 하는

나는 바람이다     


가을볕에 익어 떨어지는 

빨간 나뭇잎에 향기를 입히는

나는 바람이다

     

그대 곁에 잠시 머물다 가는

그 흔적이 남지 않음에 아름다운

나는 바람이다






바람은 변화고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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