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들의 슬픔 - 시와 단상





잠들어 있을 때 모든 살아가는 것들은 

연민의 이불을 덮고 잔다 

아기도 어른도 노인도 

착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오늘 치열하게 싸웠던 적군도 아군도 

도둑도 거지도 부자도 대통령도 

아빠도 엄마도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여자 친구도 그녀의 남자 친구도 

노숙자도 고단한 여행자도 

승려도 목사도 신부도 수녀도 

강아지도 고양이도 어항 속 물고기도 

초원의 사자도 산속의 토끼도 

모든 감정과 생명 활동을 멈추고 

쓸쓸하고 평화롭게 지상에 머리를 누이고 

깨어있는 것들에게 말없는 위로를 받는다 

빠짐없는 하늘의 그물은 

고단한 생명들의 영혼을 위로하여 

눈물로 연민의 이불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덮는다      





잠들어 있는 모든 살아가는 것들은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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