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호숫가 - 시와 단상

 


풀벌레 소리와 나무숨소리 들리는 곳으로 난 

오솔길 따라 가면 보이는 

작은 호숫가 뜰 위에


사람들이 몰래 시간을 떨구고 간다


강아지 재롱에 놀라 쫓겨온 아이 눈은 눈물을 떨구고

한 중년 사내의 고뇌와 한숨은 

물속 그림자 위에 떨어진다


한낮 밝은 햇볕을 머금은 연인들의 장난 섞인 웃음소리는 

물고기를 놀라게 하고 

저녁 어스름에 찾아온 여인의 입가에 어린 쓸쓸함이 

물고기와 입맞춤한다  

    

이 호수와 함께 늙어간

노부부의 잘 떨어지지 않는 서툰 발길엔 쓸쓸함이 묻어간다     


이들이 시간을 떨구고 간 땅 위에 

아름다운 꽃이 피고 

향기가 밴다     


나의 추억이 떨어진 그곳에

그리움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호숫가 주변 풀밭에는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향기처럼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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