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죽음 - 시와 단상

 


앓는 이 하나 흔들리듯

황톳길 가에 박힌 돌 하나

발길에 차이고 차바퀴에 치여 앓고 있기에

빼주어야 할 것 같아 빼었더니

뿌리째 뽑힌 이빨의 흔적처럼

오랜 세월의 탯줄이 끊긴 자리

양수가 흐른 자리에서

알몸만 주물鑄物처럼 빠져나와

생의 거푸집 흔적만 선명히 남았구나

그의 빈자리 너무 무섭고 공허하여

자애로운 태양 아래 드러난 대지의 자궁 위에

고운 흙 뿌려 메워주고 장례도 치러주었다

 

 

 

 

돌이 들어있었던 자리처럼 커다란 공허함을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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