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할 양식 - 시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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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달콤한 먹이를 먹으려면 쉼 없이 벌어야 한단다
분주한 꿀벌처럼 말이다
길가에 빨갛게 익어가는 산딸기도 달콤한 걸요
처음 가보는 길에 산딸기는
언제 또 보게 될지 알 수 없으니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만큼 많이 넣어야 한다
시든 딸기는 먹지 않을 거예요
풀숲 사이사이 빨갛게 익어가는
통통한 보석만을 입에 넣을 거예요
이 길의 끝이 어디든
드문드문 풀잎 사이에 뿌려진
햇살 머금은 반갑고 싱싱한 딸기가
수줍게 웃고 있다는 것을 아니까요
내 눈길이 많이 분주하지만 않다면 말이에요
바쁜 일상에서 눈길이 분주해지면 감각이 둔해지고 시든 딸기를 먹게 된다.
버트란트 러셀은 인간이 농경생활을 하게 되면서 남은 곡식을 저장하게 되었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면서 인간의 감각이 둔해졌다고 말한다.
“문명인과 야만인의 중요한 차이점 하나가 있다.
문명인은 일을 많이 하는데, 일 자체를 즐기는 게 아니라 미래의 즐거움을 확보하거나
미래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그런다는 것이다. 이런 습성은 인간이 겨울철에 굶주리지 않기 위해
농사를 지으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전에는 배고플 때만 식량을 구했다.
그 수단은 사냥이었는데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었다. 최종적인 이익을 위해 유쾌하지 않은
일을 하는 습성은 인간이 원시 상태로부터 멀리 떠나올수록 점점 자라났다.
목적 대신 수단을 위한 삶이 너무 지나치면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즐거움은 죽어버리고,
그럼으로써 미적 감각은 파괴된다.”
버트런드 러셀 저, 송은경 역, 《런던통신 1931-1935》, 사회평론,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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