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시인의 사회 - 시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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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옛날 국민학교 교과서에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아는가
모든 시간을 바쳐 일하고
겨울을 기다리는 시간이 행복이라
가르치던 시절이 있었다
한여름을 뜨겁게 노래하던
베짱이는 겨울을 나기 위해
개미에게 식량을 구걸한다지만
이 이야기는 다시 쓰여져야만 한다
베짱이가 노래하기 좋은 계절은
겨울보다는 여름이지 않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계절을
즐기고 노래하며
추운 겨울이 오면
작은 모닥불을 피우고
자연이 주는 소박한 먹이로
절제된 기쁨을 노래해야 한다
구걸이 두려운 죽은 베짱이의 사회
우리는 용기를 가지고
인생을 즐겨야 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본 적이 있는가. 오래된 영화라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영화 속 인물인 키팅 선생님의 말 하나가 기억에 남아 있다.
“카르페 디엠”이라는 말이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고대 로마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 한 구절로부터 유래한 말이다.
호라티우스의 “현재를 잡아라, 가급적 내일이란 말은 최소한만 믿어라(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의 부분 구절이다.
이 시에서 시인은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음은 퀸투스 호라티우스의 시이다.
“알려고 묻지 말게, 안다는 건 불경한 일
신들이 나에게나 그대에게나 무슨 운명을 주었는지
레우코노에여, 점을 치려고도 하지 말게
더 나은 일은, 미래가 어떠하든, 주어진 대로 겪어내는 것이라네
유피테르 신께서 그대에게 주시는 게, 더 많은 겨울이든,
마지막 겨울이든,
지금 이 순간에도 티레니아 해의 파도는 맞은 편의 바위를 깎고 있네
현명하게나, 포도주는 그만 익혀 따르고,
짧은 인생, 먼 미래로의 기대는 줄이게
지금 우리가 말하는 동안에도, 인생의 시간은 우릴
시기하며 흐른다네
제 때에 거두어 들이게 (carpe diem),
미래에 대한 믿음은 최소한으로 해 두고”
이 시는 로마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에게 바쳐진 시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는 현명함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준다.
‘미래를 위해 준비한 포도주는 그만 익혀 지금 따르고,
제 때에 거두어 들이게(carpe diem)’라고 말한다.
우리의 내일은 알 수 없으니, ‘현재에 살라.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말이다.
포도주도 잘 익었을 때, 시기적절하게 따서 마셔야 한다. 아끼면 썩거나 신선도가 떨어져
맛이 덜해진다는 비유일 것이다. 이 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좋은 비유가 된다.
우리는 보통 현재에 살지 못하고 미래에 살기 때문이다.
이 시에 의하면 인간의 운명은 하늘만이 알 뿐, 알려고 하는 것도 불경한 일이니 신이
우리의 운명을 올겨울까지로 정했건 더 많은 겨울들을 예비하였건 우리는 현재에 살뿐,
당장 내일도 장담 못하는 운명인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의 현재, 우리의 오늘을 오롯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절제의 덕을
버팀목으로 삼아 의연하게 운명을 받아들이며 하루살이 같은 정열로 하루하루를
즐겨야 하는 것이다.
다음은 세네카의 말이다.
“세상에 자신의 선견지명을 자랑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짓이 또 있을까요?
그들은 더 잘 살려고 정신없이 분주하지요. 그들은 인생에 대비하기 위해 인생을 보내고 있지요.
그들은 먼 미래를 내다보며 계획을 세우지만, 그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손실을 뒤로 미루는
것이지요. 뒤로 미루는 것은 다가오는 족족 하루하루를 앗아가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약속하며 현재를 낚아채가지요. 기대야말로 내일에 매달리다가 오늘을 놓쳐버리게 하니
인생의 가장 큰 장애물이지요. 그대는 운명의 여신 수중에 있는 것을 탐내다가 그대의
수중에 있는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오. 그대는 무엇을 원하며, 어디로 향하고 있지요?
미래는 모두 불확실한 법이오. 현재를 살도록 하시오!”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저, 천병희 역, 《인생이 왜 짧은가》, 숲, 2005.
다시 세네카는 말한다.
“기억을 더듬어보시오. 언제 그대에게 확고한 계획이 있었는지, 얼마나 적은 날들만이
그대의 의도대로 지나갔는지, 언제 그대가 자신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지, 언제 그대의
얼굴이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었는지, 언제 그대의 마음에 두려움이 없었는지, 그토록
긴 세월 동안 그대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대가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르는 사이 그대의 인생을 빼앗아갔는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근거 없는 괴로움과
어리석은 즐거움과 탐욕스러운 욕망과 매력적인 교제가 앗아 갔으며, 그대의 것 중에서
얼마나 적은 것이 남아 있는지 말이오. 그러면 그대는 때가 되기도 전에 자신이 죽어가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오.
왜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요? 그대들은 언제까지나 살 것처럼 살고 있고, 자신의 허약함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미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갔는지도 알지 못하지요.
그대들은 시간을 넘쳐나는 것처럼 낭비하고 있어요. 사실은 그사이 그대들이 어떤 사람 또는
사물에 바치는 그날이 그대들의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르는데도 말이지요.
그대들은 죽게 마련인 인간답게 모든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불사신인 양 모든 것을
원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그대는 듣게 되겠지요.
“나는 쉰 살이 되면 은퇴하여 한가하게 살 것이며, 예순 살에는 모든 공적인 의무에서
벗어날 것이오.” 그런데 그대가 장수(長壽)한다는 보장이 어디 있지요? 모든 것이 그대의 뜻대로
진행된다고 누구에게 확인받았지요? 인생의 자투리만을 자신을 위해 유보해 두고 다른 일에는
쓸모가 없는 바로 그 시간만을 고상한 사상에 배정하다니, 그대는 부끄럽지도 않나요? 인생을
마감해야 할 때 인생을 시작하려면 너무 늦지 않을까요?
이성적인 계획을 쉰 살 또는 예순 살로 연기하고 소수의 사람만이 도달한 나이에
인생을 시작하려 하다니, 그것은 어리석게도 우리가 죽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보세요. 가장 위대한 시인이 소리치며, 마치 신의 목소리에 영감을 얻은 듯
구원의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인생의 가장 좋은 날이 가련한 인간에게서 언제나 맨 먼저 도망가노라.
“뭘 망설이는가?”라고 그는 말하고 있어요. “뭘 꾸물대는가? 그대가 붙잡지 않는다면
인생의 가장 좋은 날은 도망가리라.” 붙잡았다 해도 그것은 도망갈 것이오.
그러니 그대는 시간의 재빠름에 시간을 이용하는 속도로 맞서야 하며, 언제 그칠지 모르는
급류에서 물을 떠마시듯 해야 하오.
시인은 ‘가장 좋은 나이’라고 하지 않고 ‘가장 좋은 날’이라고 말함으로써 한없이 뒤로
미루는 것을 점잖게 나무라고 있지요.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그대는 어찌 그리 태평스럽게
느긋하게 달과 해를 욕심껏 앞에다 길게 늘어놓는단 말이오? 시인은 그대에게 날에 관해,
그것도 도망가고 있는 날에 관해 말하고 있는데 말이오.
어느새 목적지에 와 있는 것을 발견하듯이, 자나 깨나 똑같은 속도로 간단없이 계속되는
더없이 빠른 인생 여정도 분주한 자들은 그 끝 무렵에야 알아차리게 될 것이오.”
“과거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 단지 현재에 살아라.
그러면 모든 과거도 모든 미래도 당신 것이 될 것이다”(오쇼 라즈니쉬)
“인생은 그리 길지 않다. 어스름해질 무렵 죽음이 찾아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때문에 우리가 무엇인가를 시작할 기회는 늘 지금 이 순간밖에 없다.
그리고 이 한정된 시간 속에서 무언가를 하는 이상, 불필요한 것들을 벗어나 말끔히 털어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할 필요는 없다.
마치 노랗게 변한 잎이 나무에서 떨어져 사라지듯이, 당신이 열심히 행동하는 동안
불필요한 것은 저절로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의 몸은 더욱 가벼워지고
목표한 높은 곳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니체)
프리드리히 니체 저,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음, 박재현 옮김, 《니체의 말》, 삼호미디어, 2013.
“네가 알고 있는 사람들을 한 명씩 눈앞에 떠올려보라. 한 명은 이 사람을,
한 명은 저 사람을 묻어준 뒤 자신도 묻혔다. 그것도 잠깐 사이에.
간단히 말해, 인간사란 얼마나 덧없고 하찮은 것인지 보라.
어제는 한 방울의 진액(津液)이었다가 내일은 미라나 재가 된다.
따라서 이 짧은 시간을 자연에 맞게 보내고 나서 즐거운 마음으로 떠나도록 하라.
올리브가 다 익고 나면 낳아준 대지를 찬미하고 길러준 나무에 감사하며 떨어지듯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저, 이동진 역, 《명상록》, 해누리, 2009.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직 제철이 되지 않은 과일을 비싼 값에 산 사람들은 막상 그 계절이 오면 후회하기 마련이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저, 전양범 역, 《그리스철학자열전》, 동서문화사, 2008.
미국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일이 있다. “평생에 가장 후회되는 것은 무엇입니까”에
대한 답변 중 가장 많은 수가
‘그때 하지 않아도 되었을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평생을 살아온 것’이라고 한다.
걱정은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한다.
다음은 북유럽 신화에 관한 책인 《에다》에 나오는 말이다.
“현명치 않은 자는 밤새도록 깨어있어 온갖 걱정을 다하는구나. 아침이 오면 피곤할 것이나
걱정거리는 그대로구나.”
카를 짐록 완역, 임한순·최윤영·김길웅 공역, 《에다》, 서울대학교출판부,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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