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 시와 단상
봄날 미풍에 떨어져 바닥에 얹힌 꽃잎처럼 바람이 나를 이끌어가던 시절이 있었다.
봄날 미풍에 떨어져 바닥에 얹힌 꽃잎처럼 바람이 나를 이끌어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걸 운명이라 말했다. 방향을 모르던 그래서 바람이 나의 주인 되던 그런 때가 있었다.
그 시절 바람은 무척 두려운 것이었다.
어느 날인가 나의 두 눈이 한 방향에 가 닿았을 때 두 발 역시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제 바람은 더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나는 이제 동풍에만 몸을 맡기기로 했고 운명은 나를 피해갔다.
언젠가는 서풍을 기다리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때 다시 동풍은 나를 비껴갈 것이다. 나는 이제 스스로를 운명이라 부르기로 했다.
운명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