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는 나라는 없다 - 시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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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다들 맨정신으로는 살기 힘들었나보다
맛도 맛이지만 우리들의 자유로운 정신
벙어리도 말하게 하고 용기 없는 자 용기 주고
싸운 자들 화해시켜주고 고된 노동에는 노동요 된다
러시아인들이 추운 겨울 몸을 덥히는 무색무취 보드카
고흐와 가난한 예술가들이 마셨다던 압생트
달콤한 양주를 찾는다면 노란 꿀 빛 데낄라
소크라테스와 그리스인들이 마시던 물 탄 포도주가 밍밍하다면
증류된 브랜디 세 잔 정도면 좋으리
병이 예뻐 따기 아까운 둥근 엉덩이 큰 꼬냑
라면에 스트레이트로 먹어도 좋은 목줄기 짜릿한 위스키 한잔
따끈한 정종 한 잔은 명절날 아침에만 먹을 수 있다
등산로 휴게소 나무 탁자에 햇볕 가득 뿌연 동동주 한 잔은
바삭한 파전과 함께라면 게서 죽어도 좋고 좋고
어른들이 술 한 주전자 받아오라는 마을 구판장에 들어서면
시큼 털털 막걸리 냄새 먼저 났다
점심 무렵 공사판 구석 혼자 삼각김밥에 막걸리 한잔 놓은
흰 수염의 노인은 신선 부럽지 않아 하늘 보고 너털웃음
맥주 먹는 혼술 족은 마트에 가보자
세계맥주 다섯 개 만원
오늘 밤은 축구경기 보는 날이라 하이네켄
더운 여름 필리핀의 해변이 그리울 땐 산미구엘
거문고나 첼로 음색처럼 묵직한 독일 맥주
맥주계의 에스프레소 흑맥주는 기네스가 좋고
맥주에 과일향도 향긋한 호가든은 누가 먹었던가
술은 인정에 인정을 더하고 기쁨에 기쁨을 더하고
행복에 행복을 더하고 사랑에 사랑을 더하니
아니 마실 수 없고나
술이 없다면 내 영혼의 자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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