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의 페테르부르크 - 시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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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8월의 뜨거웠던 해가 지고도
하얗게 밝았던
페테르부르크의 그 신비로운 밤
우린 강가의 선상 카페에 올라
댄서들의 춤을 보며 맥주를 마셨지
시간을 알 수 없었던 늦은 밤
선미에서 강물에 떨어진 불빛을 바라보며
두 팔을 쓸쓸히 접어 난간에 기대고
담배 하나 피워 문
단정한 검은 연미복의 댄서와 만났는데
낮엔 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공부하고
밤엔 댄서로 일한다고 웃으며
피우지 못하는 담배 한 대를 권했을 때
그가 보여 줬던 멋진 춤 동작처럼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워 물고는
서로가 서툰 영어로
그냥 마냥 얘기하고 웃었지
그는 오늘 놀러 온 먼 시골 고향 친구들을
소개하겠다며 한 테이블로 이끌었고
낯선 동양인을 본 친구들은
러시아인 특유의 무뚝뚝하고
왠지 모를 불안과 경계의 표정을 지었는데
나를 친구라고 소개했을 때
우린 모두 고향 친구가 되었네
그들 중 앞니가 몇 개 안 남은
유난히 선량해 보이는
직업이 농부라는 이 시골 친구는
자신의 여권 사진까지 보여주며
해맑게 웃었는데
하룻밤에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세상에서
사실 여권이란 우리에게 너무 낯선 물건이었지
국가와 태어나 자란 곳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다시 헤어져 그날 밤 한바탕 웃음들은
추억으로만 간직한 채
한 번의 악수로 서로에게 온기를 전하고
그렇게 쉽게 쉽지 않은 이별을 했네
오래전 러시아인의 초대로 러시아에서 한 달 정도 머무른 적이 있다.
그곳 사람들은 소박하고 낭만적인 구석이 있었다.
그들이 전쟁을 일으켰다고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전쟁은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는 일부 정치가들의 일일 뿐이다.
전쟁은 자신의 발에 총을 쏘는 것과 같다.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은 사해동포주의를 주장했다. 전 세계가 다 같은
형제요 동포란 말이다. 우리는 모두 사랑의 바다를 이루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은 아테네 시민이 아니라 세계의 시민이라고 말했다.
중국 의학서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사지가 마비된 사람을 인문학적으로 공자의 인仁(사랑이다)
사상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사지가 마비된 것을 불인不仁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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