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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 - 시와 단상

  시 고독한 둥지 안에 덩그러니 놓인 산새알 산 끝에 걸린 석양의 미온微溫이 품어주던 여린 마음에 너는 찾아와 설렘 가득한 미소로 내 마음의 근심을 덮는다 양각으로 각인된 너의 미소 기억 속에서 꺼내보아도 또 꺼내보아도 마모되지 않을 그리움 내 기억 속에는 찍어내고 다시 찍어내도 언제나 마모되지 않고 선명히 기억되는 영상들이 있다.  판화 시와 단상

헤르메스의 향기 - 시와 단상

  시          먼저 떠난 바람이 그 누군가의 은밀한 향기를 훔쳐내어 비인 길 고독한 벤치 위에 사랑과 설렘의 마음들을 뿌려 놓아 나는 아무런 죄 될 것 없이 비밀한 냄새를 맡는다 순수하고 투명한 낭만 도둑 헤르메스야 아무 죄 없이도 은밀하고 비밀스런 향기를 잘도 훔쳐내는구나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은밀한 전령이여 그 향기로 인하여 나는 여인의 사랑과 설렘 고고한 고독 그 쓸쓸한 마음도 알게 되었다 샤갈의 그림보다 환상적이며 여인의 몸짓보다 관능적이며 그녀의 눈빛보다도 매혹적인 시각보다 아름다운 표정인 그 향기를 여인은 우아하게 걸칠 줄을 아는구나 그녀의 오고 감을 내 알 길 없으니 여인은 눈먼 공간 속에 향기로만 존재한다 방황하는 여인의 향기가 외롭지 않게 벤치 위에 좀 더 머물다 가거라 바람아      감각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향기보다 더한 자극이 있을까.  '여인의 향기'라는 영화에서 시각장애인 알파치노가  여인과 탱고를 추는 장면과 그 음악은 강렬했다. 그 영화에 대한 기억은 그 장면이 전부이다. 왜일까.

활쏘기 - 시와 단상

  시 태양에 쏘아진 화살은 내 키 높이만큼만 날다가 떨어졌다      나의 유년 산은 높고 물은 깊었다      우리는 구름에 활을 쏘고 냇가 피라미들 쫓다 잠이 들었다      그날그날의 행복을 쏘던 우리들의 화살은 점점 날이 서고 정확히 날아갔다      모두들 과녁을 지니고 떠나갔다      이제는 모두 과녁의 적당한 위치에 화살 하나씩을 박아 놓고 있었다      그렇게 우린  현재가 아닌 미래에 살아      과녁 중앙에 가까이 박힐수록 화살은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아직 화살촉을 꽂지 못한 나의 화살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렸고 보슬비에도 쉬 젖어  항상 멀리 날지 못했다      오늘도 과녁에  맺히지 못한 화살은  바람에 휘어져 날아만 간다      성경에 어린이가 되지 못하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한다.  “이르시되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 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니라”  -마태복음 18:3절과 4절- 선악과를 따기 전에 에덴동산은 낙원이었고, 인간은 선악을 구분하지 않았고, 너와 나를  나누지 않았고, 위선의 가면을 쓰지도 않았고, 발가벗은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의 감각을  믿으며, 그날그날의 행복을 쏘던 시절이 동심이 아닌가 한다.  시인 백석은 시인을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이라고 표현했다. 정확한 표현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