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 - 시와 단상

 






태양에 쏘아진 화살은 내 키 높이만큼만 날다가

떨어졌다     


나의 유년

산은 높고 물은 깊었다     


우리는 구름에 활을 쏘고

냇가 피라미들 쫓다 잠이 들었다     


그날그날의 행복을 쏘던

우리들의 화살은

점점 날이 서고

정확히 날아갔다     


모두들 과녁을 지니고 떠나갔다     


이제는 모두 과녁의 적당한 위치에

화살 하나씩을 박아 놓고 있었다     


그렇게 우린 

현재가 아닌

미래에 살아     


과녁 중앙에 가까이 박힐수록

화살은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아직 화살촉을 꽂지 못한

나의 화살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렸고

보슬비에도 쉬 젖어 

항상 멀리 날지 못했다     


오늘도 과녁에 

맺히지 못한 화살은 

바람에 휘어져

날아만 간다     








성경에 어린이가 되지 못하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한다.


 “이르시되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 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니라” 

-마태복음 18:3절과 4절-


선악과를 따기 전에 에덴동산은 낙원이었고, 인간은 선악을 구분하지 않았고, 너와 나를 

나누지 않았고, 위선의 가면을 쓰지도 않았고, 발가벗은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의 감각을 

믿으며, 그날그날의 행복을 쏘던 시절이 동심이 아닌가 한다. 


시인 백석은 시인을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이라고 표현했다. 정확한 표현인것 같다. 

보들레르는 지상에 유배된 알바트로스라고 했고, 이상의 날개라는 소설에는 박제된 

천재라는 말이 있다. 

선악과를 따지 못하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외롭고 쓸쓸하지만, 알바트로스처럼 이상은 

항상 높은 곳에서 날고 있다. 

알바트로스가 하늘에서는 그렇게 아름답고 우아하게 날지만 지상의 선원들에게 잡혔을 때는 

그 우아한 날개가 걷기조차 방해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도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무능한 미운 오리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외롭고 높고 쓸쓸한의 의미가 아닐까.


동심과 멀어질수록 이상과 낙원은 멀어져가고, 현실에서는 날카로운 화살이 과녁 중앙에 

가까이 박힐수록 세속적 성공이라 하겠지만, 

그 화살을 다시 빼어 쏠 용기와 자유는 사라지는 것이다.






다음은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라는 제목의 시이다.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잼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다음은 롱펠로우의 '화살과 노래' 라는 제목의 시이다.

 


 나는 공중을 향해 화살을 쏘았으나,

 화살은 땅에 떨어져 간 곳이 없었네.     

 재빨리도 날아가는 화살의 그 자취,

 누가 그 빠름을 뒤따를 수 있을까.          

 나는 공중을 향해 노래를 불렀으나,

 노래는 땅에 떨어져 간 곳이 없었네.     

 그 누가 날카롭고 강한 눈이 있어

 날아가는 그 노래를 따를 것인가.          

 세월이 오래 흐른 뒤 참나무 밑둥에

 그 화살은 온전히 성한 채 꽂혀 있었고,     

 그 노래는 처음부터 끝 구절까지

 친구의 가슴 속에 남아 있었네.     




     The Arrow and the Song


                                - Henry wadsworth Longfellow
                   


 I shot an arrow into the air;

 It fell to earth, I knew not where.

 For, so swiftly it flew, the sight

 Could not follow it in its flight.

 I breathed a song into the air;

 It fell to earth, I knew not where;

 For who has sight so keen and strong

 That it can follow the flight of song?

 Long, long afterward, in an oak

 I found the arrow, still unbroke;

 And the song, from the beginning to end

 I found again in the heart of a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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