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 절제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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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는 삶에 여백을 마련하여 주는 것이니 그 안에서 쉴 수도 있고, 그 자체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여건과 잠재력을 부여한다.
들을만한 말은 장황하지 않으며, 아름다운 음악은 시끄럽지 않고, 아름다운 숲은 또 좋은 그림은 빽빽하지 않다.
절제 안에서 가난은 맑고, 절제 안에서 부유함은 넘치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절제가 가진 덕은 우아함이다.
절제란 무엇인가. 불필요한 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왜 필요한가.
노자 ‘도덕경’은 말한다.
“갖고 있으면서도 그득 채우려는 것은 그만두느니만 못하고,
날카로운 끝을 더 뾰족하게 만들면 오래 보존할 수 없다.”
<왕필 저, 임채우 옮김, 《왕필의 노자주》, 한길사, 2008.>
위 글에서는 날카로운 데에다가 날카로운 것을 더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며, 정신을 오히려 흐트러뜨리고 번거로움을 하나 더하는 것이니 절제와 거리가 멀고,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말한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노자와 공자의 만남과 대화가 담겨있다. 노자는 공자를 신랄하게 비판하는데, 노자는 비우자고 하는 사람이고 공자는 채우자고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유교에서는 나날이 학문을 통해 지식을 더해가는 것을 중요시하고, 도가에서는 나날이 비워 어린 아이에 가까워지는 것을 중요시 한다.
노자는 비워 놓아야 담을 수 있고, 빈 것으로 말미암아 모든 사물이 쓰임이 있게 된다고 하였다. 유(有)는 무(無)로 인하여 쓰임이 있다고 하였다.
다음은 ‘도덕경’의 내용이다.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으로 모여 있으되,
그 중심에 빈 구멍이 있음으로써 수레로 쓰여진다.
찰흙을 이겨 그릇을 만듦에 그 가운데에 빈 곳이 있음으로써 그릇으로 이용되며,
창문을 내어 집을 짓는데 그 속에 빈 공간이 있음으로써 집으로 사용된다.
그러므로 유(有)는 무(無)를 이용해야 이롭게 쓰인다.”
<왕필 저, 임채우 옮김, 《왕필의 노자주》, 한길사, 2008.>
쉽게 말해 가득 찬 그릇은 무엇을 담는 용기로서의 쓰임이 없어 무용하듯이, 집도 안의 공간이 비어야 방으로서의 쓰임이 있듯이, 유(쓰임이 있는 것)는 무(비어 있는 것)를 이용해야 이롭게 쓸 수 있다는 말이다.
많이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덜어냄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며, 이는 절제에 대한 중요한 가르침이기도 하다.
우리는 삶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가진 것이 오히려 삶의 불편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고, 우리의 귀한 시간을 빼앗아 갈 때가 많기 때문이다.
‘채근담’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생은 일에 있어 일분(一分)을 줄이면 곧 일분을 벗어날 수 있으니, 사귐을 줄이면 곧 시끄러움을 면하고, 말을 덜면 곧 허물이 적어지고, 생각을 덜면 곧 정신이 소모되지 않고, 총명을 덜면 곧 본성을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 날로 줄이기를 구하지 않고 날로 더하기만 찾는 이는 일생을 스스로 속박하는 것이다.”
<홍자성 저, 《채근담》, 문예출판사, 2010.>
그러면 부자들의 절제와 가난한 사람들의 절제는 다른가.
다르다. 부자들은 단지 시간을 더 벌 뿐이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덤으로 경제적으로 더 넉넉해질 수 있다. 절제의 덕에 의하면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게 된다. 다 가지려고 하면 가난한 사람이지만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집중하면 못가질 것도 없다.
그런데 현대 사회, 특히 우리나라는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버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어, 삶의 한 수단인 돈이 삶의 목적이 되어버렸다. 절제의 미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절제의 또 다른 장점은 삶에서 불필요한 것을 덜어 버리고 간소화함으로써 삶을 넉넉하게 하는 것이므로, 경쟁과 불안으로부터 점점 멀리 떨어지게 되며, 시간은 우리의 것이 된다.
‘채근담’은 말한다.
“아주 좋은 차(茶)만을 구하지 않으면 차 주전자는 항상 마르지 않을 것이요, 향기로운 술만을 구하지 않으면 술 단지는 비지 않을 것이다. 꾸밈없는 거문고는 줄이 없어도 항상 고르며, 짧은 피리는 구멍이 없어도 절로 즐거우니, 비록 복희씨보다는 못할지라도 죽림칠현과는 벗할 수 있을 것이다.”
<홍자성 저, 《채근담》, 문예출판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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