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 실패에 관하여

 인생에서 가장 역동적이며, 희망적인 시기는 청소년기일 것이다.

그렇지만 청소년들조차도 나약해지고, 무기력해지는 까닭은 무엇인가.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고,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에서 용기를 잃은 것이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사회도 아이들에게 숨 쉴 틈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도 다양성의 가치가 평등하지 않고,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핀란드는 ‘실패의 날’이라는 것이 있다. 핀란드에서는 매년 10월 13일 실패의 경험을 서로 공유하며 성공이 아닌 실패를 기린다. 실패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다. 위대한 정신이다. 마치 적을 사랑하는 것과도 같다. 맘껏 실패하라고 용기를 준다. 실패는 그들에게 성공의 어머니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실패가 두렵지 않다. 실패의 경험들은 삶의 굳은살이 되어 인생의 고통을 무디게 할 것이다. 더불어 많은 가능성과 다양성을 창출할 것이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중요시하게 될 것이다. 용기를 잃지 않게 할 것이다.      


우리 사회도 아이들에게 실패를 죄악으로 여기지 않도록, 용기를 꺾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는 개인의 역할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역할이다.     


가장 큰 위험은 실패가 없는 것이다. 실패를 한 번도 하지 않고 정상에 선 사람은 없겠지만, 만약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 실패가 없는 사람은 자만에 빠지기 쉽고, 잘못된 자기 확신으로 심하면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가 있다. 한번 걸면 크게 걸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손모가지를 건다. 지나친 자기 확신은 한 방에 모든 것을 다 잃을 수가 있다.


우리는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들이 있다. 겸손과 인내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힘 등을 배우지만, 가장 큰 것은 실패가 나쁘지만은 않다는 사실일 것이다.


니체는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고통에서 환희를 맛보기도 한다. 그들은 폭풍이 밀려오는 구름 너머를 사랑하는 자들이다. 배가 뒤흔들릴 때마다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그렇다! 그들은 고통 속에서 행복을 찾아낸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저,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음, 박재현 옮김, 《니체의 말》, 삼호미디어, 2013.>


한비자는 말한다.


“사람은 재앙을 당하면 마음이 두렵고 마음이 두려우면 행동을 바로하게 된다. 행동을 바로하게 되면 재해를 입지 않게 되며 재해를 입지 않게 되면 천수를 다하게 된다. 또 행동을 바로하게 되면 사려를 깊이 하게 되고 사려를 깊이 하게 되면 사물의 이치를 알게 되며 사물의 이치를 알게 되면 반드시 일에 성공하게 된다. 천수를 다하게 되면 몸이 온전해지고 오래 살게 되며 반드시 일에 성공하게 되면 부해지고 귀하게 된다. 몸이 온전해지고 오래 살게 되며 부해지고 귀하게 되는 것을 가리켜 복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복의 근본은 재앙을 당하는 데서 나온다. 그러므로 노자에 말하기를 ‘화란 복이 의존하는 곳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공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한비 저, 이운구 역, 《한비자 1-2》, 한길사, 2002.>     


다음은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맹자가 말하였다. “순임금은 밭 가운데에서 등용되었고, 부열은 토목 공사하는 중에서 등용되었으며, 교격은 생선과 소금을 파는 장사꾼 가운데서 등용되었고, 관이오는 감옥을 지키는 관리에게 잡혀있는 중에 등용되었으며, 손숙오는 바닷가에서 등용되었고, 백리해는 저잣거리에서 등용되었다.

그러니 하늘이 그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려주려 할 적에는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과 뜻을 괴롭히고, 그의 육체를 고달프게 하며, 그의 몸을 굶주리게 하고, 그 자신을 궁핍하게 하며, 그의 하는 일이 그가 하려는 일과 어긋나게 한다. 그것은 그의 마음을 격동시키고 그의 성격을 참을성 있도록 해주어, 그가 할 수 없었던 일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이다. 사람들은 대개 잘못을 저지른 후에야 그것을 고치게 되며, 마음에 어려움을 느끼고 생각을 여러 가지로 한 뒤에야 분발하여, 그것이 안색에 드러나고 목소리에 섞여 나온 뒤에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나라 안에는 법도를 지키는 신하와 일을 도와주는 신하가 없고, 나라 밖에는 적대하는 나라나 걱정거리가 없다면, 그 나라는 일반적으로 멸망한다. 그러니 걱정과 어려움을 겪음으로써 살게 되고, 편안하고 즐겁게 지냄으로써 죽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김학주 역주, 《맹자》, 서울대학교출판부,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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