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재산을 관리하는 현명한 방법

 재산을 지키는 수고로움 없이, 남들의 시기와 질투를 피해, 잃지 않고 안전하게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는 법을 아는가.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베품의 덕과 사랑의 마음이다.

그 예로, 고대로부터 부의 상징이었던 크로이소스 왕과 페르시아의 지혜롭고 위대한 왕인 키루스 대왕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스나 페르시아에서 크로이소스라는 이름은 ‘부자’와 동의어였다.영어에서는‘크로이소스만큼부유한(richas croesus)’이라는 관용구가 있을 정도로 그는 엄청난 부의 상징이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따르면 고대로부터 역사상 가장 부유했다던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는 자만심으로 페르시아의 지혜롭고 위대한 왕인 키루스와의 전쟁을 일으키지만 패하고 만다. 죽음의 직전에서 키루스의 용서로 목숨을 건지고 그의 조언가가 된 크로이소스는 키루스 대왕의 재산관리방법에 불만을 가지게 되는데, 프랑스의 작가 몽테뉴는 그의 수필집인 ‘수상록’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크로이소스는 대왕이 너무 후하게 쓰는 버릇을 책하며, 그의 손이 조금만 무디었다면 재산이 얼마나 더 불었을까를 계산해 보았다. 키루스 대왕은 자기가 하는 후한 처사가 옳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즉시 특별히 출세시켜 준 각 지방의 고관들에게 사신을 특파하여, 자기 필요에 충당하도록 각기 가능한 대로 금전을 원조해 달라고 청하고, 미리 얼마를 보내 주겠다는 액수를 통고해 달라고 하였다. 이 모든 계산서가 도착하고 보니, 그의 친구들은 각기 그의 후한 하사로 자기가 받은 것만을 보내는 것은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자기의 재산을 더 보태 보내왔기 때문에, 그 액수는 크로이소스가 절약해서 얻을 것으로 계산된 액수를 훨씬 초과했다. 그래서 키루스는 그에게, ‘나는 다른 왕들보다 재물을 덜 좋아하는 것이 아니오. 아마도 내가 더 아낄 것이오. 내가 얼마나 적은 밑천으로 그 많은 친구들의 평가할 수 없는 재산을 얻었는가, 그리고 의무도 애정도 없는 고용인들에게 재물을 지키게 한 것보다 그들이 내 재산을 얼마나 더 잘 지켜 주었는가는 당신이 보는 바이오. 내 재물은 금고 속에 보관해 두어서 다른 왕들의 미움과 시기와 경멸을 사는 것보다 더 잘 보관되고 있는 것이오’라고 말했다.”

<몽테뉴 저, 손우성 역, 《몽테뉴 수상록》, 동서문화사, 2007.>


재산을 내 옆에 두는 것은 번거롭고, 관리하기에 노고와 귀찮음을 동반하며, 강도라도 만난다면 위험에 처하기 마련이다.

현명한 재산관리는 덕에 쌓는 것이다. 덕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명예로울 뿐만 아니라 나의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주며 필요할 때는 많은 이자가 붙어 돌아오기도 한다. 또한 남들의 질투와 시샘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논어’에 덕불고 필유린(德不孤必有隣)이란 말이 있다.

덕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말이다.      


마태복음(6:19-20)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두지 말라. 거기는 좀과 동록이 해하며 도적이 구멍을 뚫고 도적질하느니라.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 거기는 좀이나 동록이 해하지 못하며 도적이 구멍을 뚫지도 못하고 도적질도 못하느니라.”     


성경에서는 재산을 하늘에 쌓아두라고 하는데, 이 하늘이라는 것이 공자가 말하는 덕일 것이다. 하늘에 쌓는 재산이야말로 타인에 대한 베품과 사랑의 덕인 것이다.

덕으로 사랑으로 쌓은 재산은 좀먹지도 않고, 도둑이 훔쳐갈 수도 없는 아름다운 재산이다.      


장자의 이야기를 다시 소개한다.


“배를 골짜기에 감춰 두고 어살을 못 속에 감춰 두면 든든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밤중에 힘 있는 자가 그것을 짊어지고 달아날 수도 있는 것인데, 어리석은 자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크고 작은 것을 감추어 두는 데에는 적당한 곳이 있겠지만, 그래도 딴 곳에 옮겨질 곳이 있는 것이다. 만약 천하를 천하에 감추어 두면 옮겨질 곳이 있을 수가 없는데, 이것이 영원한 만물의 위대한 실정인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물건이 딴 곳으로 옮겨갈 수 없이 모두가 존재하는 경지에 노니는 것이다.”

<장자 지음, 김학주 옮김, 《장자》, 연암서가, 2010.>


천하를 천하에 숨긴다는 것에 ‘천하’란 것도 결국은 공자의 ‘덕’이나 성경의 ‘하늘’과 같은 것으로, 이는 모든 것을 하나로 사랑하며, 하나 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아름다운 재산관리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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