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 겸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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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아는 사람일수록 더 모른다고 하고, 소크라테스는 “내가 아는 것은 내가 모른다는 사실 뿐”이라고까지 말한다.
퇴계 이황의 편지들을 본 적이 있다. 내가 가장 흥미롭게 느낀 점은 편지 내용보다도 그의 겸손한 자세였다. 아랫사람이건 윗사람이건 그의 겸손한 말투와 자세는 한결같았다. 그가 많은 존경을 받는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이 겸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럼 그러한 겸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인간에 대한 존중이다. 나이가 어리건 많건 간에 인간 개개인이 하나의 우주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수밖에 없다.
겸손하지 않은 사람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거나, 스스로가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지 모르는 존재일 것이므로 자만심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겸손에서 얻는 이익이 있는가.
있다.
다음은 누가복음(14:8-11)에 나오는 말이다.
“네가 누구에게나 혼인 잔치에 청함을 받았을 때에 상좌에 앉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너보다 더 높은 사람이 청함을 받은 경우에 너와 저를 청한 자가 와서 너더러 이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 주라 하리니 그때에 네가 부끄러워 말석(末席)으로 가게 되리라. 청함을 받았을 때에 차라리 가서 말석에 앉으라. 그러면 너를 청한 자가 와서 너더러 벗이여 올라 앉으라 하리니 그때에야 함께 앉은 모든 사람 앞에 영광이 있으리라.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겸손한 사람을 보면 악의가 없어지고, 스스로 먼저 양보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히 생길 뿐 아니라 신뢰까지 생기기도 한다.
실제 능력보다도 높아 보이며, 존경받는 그 이상으로 존경하고 싶어진다. 빵의 이스트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니 얻는 바가 많다. 그래서 겸손한 사람은 실제 능력보다 더 많은 능력을 가지며, 자만심 있는 사람은 있는 능력보다 적은 능력을 가지게 된다.
이 중 가장 큰 얻음은 신뢰일 것이다.
믿음에 따라 사람이 쓰이기도 하고 버려지기도 한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우리 편이라는 신뢰가 없다면 오히려 첩자나 적이 될 수도 있기에 쓸 수가 없는 것이다.
공자는 신뢰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비유했다.
“사람에게 신의가 없으면 그 쓸모를 알 수가 없다. 만일 큰 수레에 소의 멍에를 맬 데가 없고, 작은 수레에 말의 멍에를 걸 데가 없으면 어떻게 그것을 끌고 갈 수 있겠는가?”(논어)
노자 ‘도덕경’에도 겸손에 관한 글들이 있다.
<다케우치 미노루 저, 양억관 역, 《절대지식 중국고전》, 이다미디어, 2010.>
“훌륭한 무사는 힘을 드러내지 않고, 잘 싸우는 사람은 성난 기색을 드러내지 않으며, 잘 이기는 사람은 함부로 다투지 않고, 남을 잘 부리는 사람은 늘 남에게 겸손하다.”
“큰 나라는 강의 하류와 같아서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모여들게 마련이니 천하의 여자라 할 수 있다. 여자는 손을 뻗지 않고도 남자를 마음대로 부린다. 큰 나라가 스스로 겸양하면 작은 나라가 저절로 따르고, 작은 나라가 큰 나라에 겸양하면 큰 나라는 스스로 작은 나라를 받아들인다. 큰 나라는 모든 나라를 수용해 모든 사람을 잘 살게 하기를 원하며, 작은 나라도 큰 나라의 그늘 밑에 있기를 바란다. 서로의 이해관계는 일치하는 점이 있기 때문에 큰 나라가 먼저 겸양해야 한다.”
같은 사람이라도 겸손한 사람 말을 더 잘 따르며, 윗사람일수록 아랫사람에게 겸손해야 겸손의 효과가 더 크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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