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 어짊(仁)에 대하여

 동양에서 공자의 정신적 지위는 아주 높다. 유학을 숭상했던 조선시대에는 왕보다 높았을 것이다. 지금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그의 중요 사상인 어질 인(仁)이 무엇인지 알면 좋을 것 같아서 소개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공자의 인(仁)도 결국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다음은 중국 유학자 정호(정명도)의 글이다.


“의학서에서 수족이 마비되는 것을 불인(不仁)이라고 했다. 이것이 인이라는 이름을 가장 잘 특징적으로 드러낸 것 같다. 인자는 천지만물을 한 몸으로 여기니 자기 몸이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 천지만물을 자기 몸으로 인식할 수 있다면 어디엔들 이르지 못하겠는가? 천지만물과 하나가 아니라면 천지만물은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 된다. 그것은 마치 마비된 수족이 자신의 몸의 일부이면서 자신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는 것과 같다.”

<주희·여조겸 공저, 이범한 역, 《근사록》,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5.>     


모두는 결국 하나, 한 몸이란 것이다. 한 몸이란 것을 인식하지 못해서 나를 남과 떼어 놓을 때를 인하지 않음이라 한 것이다. 이를 의학에 빗대어 수족이 마비되었다 한다. 뛰어난 비유이다. 모두를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것이다.     


결국 소크라테스의 세계시민사상과 다르지 않으며, 예수의 사랑과 같고, 부처의 자비와 같다. 모두가 사랑이다.      


다음은 성리학(주자학)을 창시한 주희의 인설(仁說)이다.


“인(仁)이라는 것은 천지가 만물을 낳는 마음이요, 사람이 이것을 얻어서 마음으로 삼는 것이다. 아직 발현하기 전에 인의예지(仁義禮智) 네 가지 덕이 구비되어 있는데, 오직 인만이 이 남은 세 가지를 그 안에 포함하고 있다. 그리하여 머금어 기르고 하나처럼 완전하여 거느리지 않음이 없으니 이른바 살리는 본성이요 사랑의 이치로, 이것이 인의 본체이다. 이미 발현된 즈음에는 사단이 나타나는데, 오직 측은만이 사단을 관철하고 있다. 그리하여 두루 흘러 관철하여 통하지 아니함이 없으니, 성(性)의 정(情)이요, 애(愛)의 발현으로, 이것이 인의 작용이다.

공(公)이라는 것은 인을 체득하는 것이니, ‘사심을 극복하여 예로 돌아감이 인이 된다’라고 하는 말과 같다.

대개 공은 인이요 인은 애이니, 효도하고 공경하는 것은 그 작용이고 서(恕)는 인을 베푸는 것이며 지각은 이것을 아는 일이다.

무릇 인의 도는 곧 천지가 만물을 낳는 마음으로, 만물에 정이 발현되기 전에 이 본체가 갖추어져 있고, 정이 발현하면 그 작용이 무궁하다. 진실로 이를 본받아 보존하면 온갖 선의 근원과 모든 행실의 근본이 이에 있지 않음이 없다.

이것이 공자 문하에서 반드시 배우는 이로 하여금 인을 구하는데 급급하게 하는 까닭이다.”     


요약하면, “인(仁)이라는 것은 천지가 만물을 낳는 마음이요, 애(愛)의 발현이며, 공(公)이라는 것은 인을 체득하는 것이니, 사심을 극복하여 예로 돌아감이 인이 된다. 공은 인이요 인은 애이다.”


해석하면, 인(仁)이라는 천지가 만물을 낳는 마음은 성경에 나오는 하늘의 의(義)와 같고, 이는 곧 사랑과 같으니 곧 애(愛)의 발현이다. 공(公)은 남과 나의 하나 됨이며, 이는 인을 체득하는 것이니, 사심을 극복하고 남을 사랑하는 것이 인이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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