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 선과 악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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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이란 이분법으로 나뉘었을 때 존재한다.
하나가 둘이 되면 서로가 서로에게 악이 되며, 스스로를 선이라 말한다.
빛과 그림자의 관계와 같아서 음과 양과 같아서 아군과 적군과 같아서, 상대에 의해서 가치판단을 받은 것이 악이다.
선악의 절대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빛은 빛이고, 어둠은 어둠일 뿐이며, 서로 공존하는 것이며, 우주의 한 부분으로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근사록’은 말한다.
“마음은 본래 선한 것인데, 생각에서 발하여지면 선도 있고 불선(不善)도 있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미 발하여졌다면 곧 정(情)이라 할 수 있지만 마음이라고는 할 수 없다. 견주어 말하면 물과 같은 것이다. 다만 물이라고 말하지만 물의 흐름이 갈래를 이루게 되는 상태에 이르러서는 혹은 동쪽으로 흘러가고 혹은 서쪽으로 흘러간다.”
<주희·여조겸 공저, 이범한 역, 《근사록》,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5.>
하나를 새로워지게 하는 데는 흐름이 필요하며, 흐름은 음과 양, 남과 여, 빛과 그림자처럼 전류의 음극과 양극처럼 둘이 필요하다.
기의 흐름에 따른 변화로 인해 우주와 자연은 늘 새로워지며, 하나는 다른 하나를 움직이게 하는 자극제가 되고, 선악은 뒤바뀌기도 하며 우주 전체 안에서 선악의 구별은 없다.
“선은 물론 인간의 본성이다. 악도 역시 본성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천하의 선악은 모두 천리(天理)인데, 이 악이라고 말하는 것은 본래는 악이지 않고, 단지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한 것이다.” (송나라 정명도)
“선한 것도 없고 악한 것도 없다는 것은 이(理)가 고요한 때이고, 선한 것이 있고 악한 것이 있다는 것은 기(氣)가 움직이는 때이다. 기에 의하여 움직여지지 않으면 곧 선한 것도 없게 되고 악한 것도 없게 된다. 이것을 지극한 선(至善)이라 말하는 것이다.” (명나라 왕양명)
하늘과 땅은 선악을 구분하지 않는다.
“성인은 하늘과 같아서 사사로이 덮음이 없고, 땅과 같아서 사사로이 싣지 않는다.
사사로움이란 천하를 어지럽히는 것이다.” (관자)
하늘은 모든 것을 덮어주고, 땅은 모든 것을 실어준다. 선과 악으로 나누는 사랑이란 천하를 어지럽히는 것이며, 자연과 우주의 법칙에 위배된다.
다음은 나의 시이다.
하늘과 구름
하늘은 늘 그대로인데
불안정한 대기가 널 먹구름으로 만들었구나
하늘은 늘 그대로인데
상냥한 맑은 햇살 널 새하얀 뭉게구름으로 만들었구나
너와 나 같은 물로 태어났지만 선과 악으로 갈리었구나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어깨동무할 수 없지만
모두 다 하늘의 자식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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