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과의 대담 - 시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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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너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너와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너의 고향은 어디인가
너와 같은 곳에서 자랐고 같이 유년을 보냈다
너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연민과 결핍을 먹고 산다
네가 나보다 더 가진 것이 있는가
더 가진 것이 있다면 좀 더 아프고 좀 더 슬픈 눈물뿐일 것이다
너는 언제 태어났는가
연어가 다시 되돌아오는 계절에
한참을 돌아 찾아온 유년과 동심이 묻혀있는 추억의 언덕 위에서
아지랑이 올라오는 눈물겨운 계절에 태어났다
너에게도 꿈이 있는가
나의 꿈은 지난 과거 안에 자리 잡고
기쁨 슬픔 회한 연민 눈물의 가지들로
오래전 지어진 낡은 둥지 안에
부화되지 않을 설레임으로만 남아있다
너에게도 사랑이 있었는가
아직 피지 못한 꽃봉오리처럼 머물러
기쁨과 설렘만이 있을 뿐
아직 슬픔은 꽃피지 않았다
나에게도 하고픈 말이 있는가
불완전한 언어들로 위선의 집을 지은
가련한 나를 용서하라
그대 위선의 독자여 내 동포 내 형제여*
*보들레르 시집 <악의꽃>에서 인용
시인이란 세상에 대한 연민과 결핍을 먹고 자라는 존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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