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초 - 시와 단상

 





그 어느 곳에서 내 의지는 뿌리째 뽑혀 부평초로 흘러 이 계절까지 떠내려 왔을까

유년이 갓 지난 첫사랑의 운명적 슬픔을 알고부터일까

별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반짝일 것 같던 순수와 흔히 선이라는 것 정의라던 것이 빛을 잃어버린 흐린 밤이었을까

너무나 커져버린 두려움이 스스로 신념을 뿌리째 뽑아 흐르는 물결에 맡겨 별다른 풍파 없이 거센 물결 거스르지 않아 꺾이지 않고 이곳까지 왔다

강한 뿌리박고 물결을 온몸으로 버티고 막아선 그도 결국은 처참히 뽑혀 빠른 물살에 여울 따라 흘러갔으니 

나보다도 빨리 떠나갔던 영혼을 잃어버린 힘 빠진 모습에 정의가 뿌리째 뽑히는 허무한 모습에 눈물을 흘려보기도 했지만

결과가 정의의 가치를 말해주진 않는 것 

정의는 평가받아야 할 이유 없으니 홀로 신념의 뿌리로 우뚝 서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별은 스스로 하늘에 뿌리박고 반짝일 뿐 구름이 가리더라도 언제나 

그곳에서 빛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신념으로 뿌리박고

물살이 세면 흔들리며 거센 물살에 묵은 때 씻고

물결 잔잔하면 뿌리 없이 흘러가는 내 분신들 손 맞잡고 같이 설 수 있으리

흐린 구름 뒤로 별은 항상 빛나고 있으니 





삶은 신념으로 사는 것이 아닐까.


'정성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그 신념, 믿음을 도로 빼앗는 것이 된다.'

- 율곡 이이 <성학집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의탁할 자기의 세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기의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자기의 세계에 충실하였느냐, 충실치 못했느냐가 늘 문제이다. 사람에게 가장 슬픈 일은 자기가 마음속에 의지하고 있는 세계를 잃어버렸을 때이다.' 

- 헤겔


'수양에는 '오래'가 비결이다. 아무 효과가 있는 것 같지 않아도 믿고, 그 하는 일을 유일의 소득으로 알고 그저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도다. 길 가는 밖에 길이 따로 있고 목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는 그 마음, 그것이 곧 목적이요 수단이요 하는 자다. 

'구즉통久卽通'이라, 오래 하면 뚫린다.'

- 함석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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