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의 후예 - 시와 단상

 





시계 초침에 난타당하고 

개울물처럼 졸졸 흐르는 시간을 타고 오늘 같은 내일로 간다

새벽 알람이 어제와 오늘을 차갑게 갈라놓고

머릿속 달콤한 꿈자리는 어제에 개어놓고

쏟아지는 수돗물로 따뜻한 피부를 시리게 다독여

아침에 드리운 석양빛 등에 받아지고 아침 먹이를 먹는다

어제와 달라진 건 알람 벨소리뿐 

운 좋으면 낯선 여인이 흘리고 간 향수나 

수컷의 기운을 북돋아줄 어여쁜 미소 하나쯤은 만날지도 모른다

나는 수컷인 까닭에 수컷들만 일하는 일터로 가는데

만유인력의 법칙이 수컷들 사이에선 적용되지 않아서 

먹이를 먹을 때도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만 한다

암컷들은 퇴근길 버스 안에서나 만날 수 있는데 

그녀들의 매혹적인 향기와 시선은 몇몇 수컷들을 주눅 들게 한다 

여인이 떠나간 자리 남겨진 향기만이 여운으로 길게 남아 

덫에 걸린 병든 수컷이 쉽게 올무를 벗지 못하고 

유혹처럼 마음에 작은 생채기를 남긴다

밤의 별빛은 늘 아름답게 반짝이는데

새벽을 지난 나의 꿈의 길목엔 언제나 거부할 수 없는 

관능적인 목소리 세이렌이 지키고 있어

난파된 꿈의 조각들이 모인 수컷들의 일터엔 오늘도

희미한 산 정상을 오르는 시지프스의 후예들 

묵묵히 흐르는 땀방울의 운명을 밀어 올린다






도시에서 직업인으로서의 삶은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물결에 맥없이 휩쓸리는 삶이란 

생각이 든다. 

개성도 상실한 채 작은 꿈마저도 외면한 채 시지프스의 운명처럼 반복에 반복이다. 


다음은 시지프스 신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데스’는 명계에 있는 높은 바위산을 가리키며 그 기슭에 있는 큰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라고 했다. ‘시지프스’는 온 힘을 다해 바위를 꼭대기까지 밀어 올렸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에 바위는 제 무게만큼의 속도로 굴러 떨어져 버렸다. 

‘시지프스’는 다시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했다. 

왜냐하면 ‘하데스’가 "바위가 늘 그 꼭대기에 있게 하라"라고 명령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시지프스’는 "하늘이 없는 공간, 측량할 길 없는 시간"과 싸우면서 영원히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했다.


다시 굴러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산 위로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영겁의 형벌!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언제 끝나리라는 보장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시지프스’의 무익한 노동 앞엔 헤아릴 길 없는 영겁의 시간이 있을 뿐이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시지프스’는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바위는 다시 굴러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번번이 결과는 마찬가지이지만, ‘시지프스’는 이 일을 그만둘 수가 없었다. 이것이 곧 인간의 운명이요 인간의 부조리였다. 

그 죄에 대한 형벌은 너무도 가혹한 것이었지만, 그 죄인은 자신의 노력이 아무런 

희망도 안겨 줄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 형벌을 참고 견뎌야 했다.


출처 : iunggc님의 블로그  https://m.blog.naver.com/iunggc/221192895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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